한국인의 노스탤지어(향수)는 조상이고, 동력은 양반 의식이다. 그 매개체가 바로 족보다. 양반 계급이 타파된 1894년 갑오년이 60갑자로 두 바퀴(120년) 지난 2014년 갑오년에도 전국의 수많은 종친회는 수보(족보 업데이트)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, 책으로 된 족보를 넘어 전자 족보까지 펴내고 있으니 말이다.
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상과 나를 일체화하며 살아왔다. 그러면서 우리 전통사회 지식인층 사이에 나타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다. 보학(족보 연구학) 커뮤니케이션이다. 자기 족보뿐만 아니라 남의 집 혈통에 대해 해박하게 알고 있어야만 대화에 끼일 수 있었다. 어느 지역 어느 동네에 어떤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는지, 선조 중 유명한 인물은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. 특히 통성명에서는 대화의 가장 중요한 밑천이었다.
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. 족보의 과거를 살펴보고, 현재를 진단해 미래도 조망해본다. ▷1부 ‘우리 족보 변천사’에서는 족보의 원형인 ‘가승’과 ‘족도’부터 모든 파의 족보를 합친 ‘대동보’에 이르기까지 족보의 변천사를 살펴보고, 왕실의 족보인 ‘선원록’과 내시의 족보인 ‘양세계보’ 등 특이한 족보도 소개한다. ▷2부 ‘성씨와 본관, 조상 찾기’에서는 고유 성씨와 외래 성씨의 차이, 시조는 왜 유명 인물뿐인지, 제2의 본관을 연 ´입향조´(어떤 마을에 맨 먼저 정착한 조상) 등에 대해 알아본다. ▷3부 ‘집단 기억과 족보의 문화사’에서는 18세기에 족보 장사가 붐을 일으켰던 이유, 시조를 놓고 벌어졌던 문중 간의 시비, 천민 출신으로 잘못 알려진 성씨인 ‘천방지축마골피’ 등에 대해 살펴본다. ▷4부 ‘조상과 족보에 대한 전통 가꾸기’에서는 다문화 사회에 새로 만들어지는 성씨에 대한 문화적 고찰, 종친회 등 연줄 커뮤니케이션의 생산적 활용, 종손 문화 보존 등에 대해 다룬다.
청도 출신인 저자는 우리 역사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. ´조선시대 문음제도 연구´ ´양반나라 조선나라´ ´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소이다´ 등을 펴냈다. 국사편찬위원회 연구편찬실장, 편사부장 및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. 408쪽, 2만5천원.
황희진 기자 hhj@msnet.co.kr